최근 우연한 기회로 글쓰는 개발자 모임, 글또에 참여하게 되었다. 모임의 목적은 단순하다. 개발자들이 모여서 글을 쓰고 디벨롭시켜가는 것이다. 평소 노션에 공부한 걸 정리하고 가끔씩 Draft를 블로그로 옮기는 작업을 해오긴 했지만, 보다 완성도 있는 글을 쓰고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라는 니즈가 있었다. 마침 글을 쓰고 피드백을 받는 것에 대한 욕구가 있었던 상태라 글또 신청 마감날에 부랴부랴 지원을 했고, 운좋게 7기를 함께하게 되었다.
왜 혼자서는 글을 잘 쓰지 못했을까
그동안 좋은 글을 꾸준히 쓰지 못했던 이유를 생각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 내가 쓴 글이 다른 개발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수준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주니어 연차에 불과한 내가 공부하는 지식들은 대부분 웹 개발자라면 당연히 알고 있을 만한 기술들일 가능성이 높고, 결국 인터넷에 떠도는 흔하디 흔한 단편적인 글에 불과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왔었다.
- 글쓰는 시간을 확보해놓지 않았다. 여가 시간에 글을 쓰게 되는 대부분의 계기는 새로운 지식을 공부하면서 그 과정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공부한 내용을 정리한다는 것은 결국 공부에 중점을 둔 것이지,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시간은 아닐 것이다. 요약 정리본에 불과한 글들을 하나의 완성도 있는 글이라고 보긴 어렵다. 즉,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공개할 만한 좋은 글이 나오지 않았다.
- 독자가 없었기 때문에 글을 써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부족했다. 흡사 메모장에 메모를 하듯이 내가 직면했던 문제들, 또는 공부했던 내용들을 정리하다 보니, 정말 당연하게도 독자가 없었다. 글에 대한 자유도는 높지만, 반대로 어떤 독자를 대상으로, 얼마간의 주기로 쓰든 상관이 없다 보니 완성도 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이 전무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개발 블로그를 하고 싶은 이유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개인 공부를 많이 하게 되었다. 공부한 것들을 기록하며 학습하는 방법이 머릿속에 한번씩 정리가 되어서 좋았고, 기억에도 훨씬 더 잘 남는다는 장점이 있었다. 처음에는 혼자 공부한 것을 정리하는 용도로만 포스팅을 했는데, 작성 글 수가 하나둘 늘다 보니 점점 다른 분들이 읽기에도 편한 글이었으면 좋겠다 하는 욕심이 생겼다.
지금 시점에서의 가장 큰 동기는 개발자로서 경험하는 일들에 대한 자취를 남기는 것이다. 프론트엔드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운좋게 웹 개발자가 되었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트러블슈팅을 경험하면서 꽤나 다이나믹한 1년을 보냈다. 겪어왔던 문제들을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하면서 내 경험들이 보다 풍부하게 기억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나아가 이 기록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된다면 더 가치있을 것 같아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다. 앞으로 웹개발 뿐 아니라 일과 생산성에 대해서도 도움이 될 만한 글, 또는 트러블슈팅하는 과정을 공유해 볼 계획이다.
글또 활동을 통해 기대하는 것
글또는 꾸준히 글을 쓰고 피드백을 받기 위한 개발자 커뮤니티다. 따라서 2주에 1편의 글을 쓰고 피드백을 받는다는 규칙이 있다. 이 과정에서 예치금을 납부하고, 제때 글 작성이나 피드백을 남기지 못할 경우에는 차감이 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기대해볼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는 다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 글을 써야 한다는 강제성이 생긴다. 글을 쓰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하며, 피드백 담당자가 자동으로 할당되어 내 글을 꼼꼼히 읽을 독자가 최소 한 명 이상 생기기 때문이다. 벌금과 팀 피드백이라는 장치가 생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글을 쓰는 시간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또한 독자가 생겼기 때문에 제때 좋은 글을 써야 하는 동기부여를 받을 수도 있겠다.
- 꾸준히 글을 써보면서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 연차와 관계없이 개발자, 그리고 IT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고민해 볼 만한 주제들을 다뤄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흥미로울 만한 글쓰기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이 과정에서는 글또 참여자들과의 피드백이 중요하다. 마치 코드리뷰를 주고받듯, 글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에서도 서로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천해 볼 것들
열정은 쓰레기다 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책이 있다. “나는 한 달 동안 10kg를 뺄 거야” 라는 다짐은 그저 열정에 불과하다. 그러나 다이어트를 위해 “나는 매일 1만 보를 걸을 거야” 라는 다짐은 시스템이 된다. 결국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이 다이어트에 성공할 확률이 훨씬 높다. 목표한 바를 달성하기 위해 나는 다음과 같은 시스템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
- 출근 길 최소 20분은 글감에 대한 아이디에이션 시간으로 확보한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무료하게 보내는 출근시간동안 이번 주는 어떤 소재의 글을 쓸지 정하고, 관련 분야에 대한 학습을 해보는 것이다. 현재 사무실 출근을 주 3회정도 하고 있는데, 이 시간에 소재를 구상해보면 별도의 시간을 더 투자하지 않고도 생산성있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 사무실에 도착해서는 10분 이내로 출근길에 했던 생각들을 노트에 정리한다. 간단한 단어들에 불과해도 좋다.
- 주중에 했던 아이디에이션을 바탕으로 토요일 오전에는 글을 쓰기 위해 스타벅스로 간다.
다짐이 다짐으로 끝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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